포르쉐와 토요타가 2017 ‘LMP1’ 레이스카를 공개했다. LMP1은 ‘르망 프로토타입 1(LeMans Prototype 1)’ 클래스를 의미하며, 시판 차량이 아닌 메이커가 레이스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개발한 오리지널 차량이다. 포르쉐와 토요타의 LMP1 레이스카는 FIA가 주관하는 세계내구선수권(World Endurance Championship, WEC), 그리고 가장 유명한 내구레이스인 ‘르망24시’에 출전하게 된다.

모든 레이스에서, 모든 메이커는 서로를 라이벌로 여길 것이다. 그중 전 세계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장 큰 무대가 바로 르망24시이고, 여기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을 펼친 메이커는 서로를 가장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 작년 르망24시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자동차 메이커가 바로 포르쉐와 토요타다.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LMP1 레이스카

작년 르망24시에서 포르쉐의 919 하리브리드 레이스카는 1주 13.629km의 라 사르트 서킷을 3분 19초 733으로 달리는 예선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내며 그리드의 선두를 차지했다. 예전 성적을 바탕으로 정해지는 그리드는 포르쉐가 1, 2번을, 토요타가 3, 4번째를 차지했다.

포르쉐와 토요타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경기 초반에는 포르쉐가 선두를 지켰으나 토요타가 추격하면서 각 팀의 레이스카가 피트에 드나들 때마다 순위가 바뀌었다. 특히 레이스 중반이 지나며 토요타는 포르쉐와 템포를 맞춰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포르쉐를 웃도는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선두와 2위를 모두 토요타가 차지하기도 했다. 한때 아우디가 포르쉐의 라이벌로 지목되기도 했으나 올해 불참을 선언했고, 작년 르망24시에서 포르쉐를 벼랑 끝까지 몰아갔던 메이커가 토요타인 만큼 사실상 2017 시즌은 포르쉐와 토요타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포르쉐는 2017 시즌에도 919 하이브리드 레이스카로 출전한다. 포르쉐는 작년 WEC 시즌동안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테스트해왔지만, 르망24시에서는 2015년 스펙의 파워트레인을 탑재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포르쉐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의 919 하이브리드 LMP1 레이스카는 작년 모델과 완전히 다른 성능을 낼 것이라는 것. 레이스카의 명칭은 여전히 919 하이브리드지만, 사실상 전체 부품의 60-70%를 새롭게 제작했다고 한다. 

엔진은 이전과 마찬가지의 2.0리터 V4 터보차저를 탑재하며, 뒷바퀴의 구동을 담당한다. 앞바퀴의 동력을 담당하며, 제동 시에는 에너지 회수장치를 겸하는 모터-제너레이터는 8메가줄 급을 탑재했다. 

제동 시의 에너지 회생뿐 아니라 엔진의 배기가스 터빈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는 배기에너지 회수시스템은 포뮬러 원의 그것과 비슷하다. 2017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최대출력은 엔진과 모터 합계 887마력에 이른다.

외관 형상 또한 작년 모델과 많이 달라졌다. 규정변화에 따라 올해는 작년보다 하나가 줄어든 2개의 에어로 키트를 사용할 수 있다. 센트럴 튜브에서 휠 아치사이의 채널이 좁아졌고, 중앙의 에어인테이크는 더 높고 크기가 커졌다. 라디에이터의 냉각을 담당하는 후방 에어인테이크 형상도 재설계되었다.

 

토요타 TS050 하이브리드 LMP1 레이스카

토요타는 작년 포르쉐에게 졌다. 토요타는 WRC를 제패하기도 했고, WEC의 챔피언 타이틀도 차지했다. 그러나 포뮬러 원과 르망24시의 트로피는 아직 차지하지 못했는데, 작년에는 바로 포디엄 정상 직전까지 도달했다가 말 그대로 ‘무너졌다’.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만, 작년 토요타의 르망24시는 그야말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허망한’ 결과를 보여줬다. 24시간의 레이스에서, 23시간 57분간 승리를 향해 달렸고, 포르쉐를 1분 가까운 차이로 따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3분을 남기고 선두를 달리던 토요타의 5번 레이스카는 시동이 꺼져 결국 리타이어하고, 토요타는 다 잡은 승리를 포르쉐에 넘겨주며 2위의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토요타 TS050 하이브리드의 패배는 엔진이나 배터리 이상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 터보차저와 인터쿨러 연결부 호스의 이상이라는 작은 문제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르망24시의 패자 포르쉐와 호각 그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승리에 다가갔던 토요타이기에 올해 르망24시의 정상을 향한 의지는 더욱 강하다. 토요타 TS050 하이브리드는 작년 모델을 바탕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모델. 

파워트레인은 2.4리터 V6을 장착한다. 엔진은 연소 챔버와 실린더헤드의 개발을 통해 압축비를 높였고, 열효율을 크게 개선했다고 한다. 여기에 8메가줄 급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되어 시스템출력 986마력을 낸다. 작년 르망24시,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포르쉐 919를 제치고 쏜살처럼 앞으로 나가던 압도적인 파워를 올해도 보여줄지 기대된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최적화되어 리튬이온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고, 모터-제너레이터는 더욱 콤팩트하고 가벼워졌다. 섀시 또한 더 가볍고 높은 강성을 낼 수 있도록 개량되었다.

사실상 올해 FIA WEC와 르망24시는 아우디의 불참과 함께 포르쉐와 토요타의 라이벌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레이스카의 대결, 올해 4월 6일 WEC 1차전인 영국 실버스톤 6시간 레이스에서 포르쉐와 토요타는 다시 한 번 맞붙을 예정. 그리고 6월 17일 르망24시에서 두 라이벌 메이커의 대결은 절정을 맞이할 것이다.

포르쉐는 토요타를 다시 한 번 따돌리고 르망24시의 패자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혹은 이번에야말로 토요타는 포르쉐를 압도하는 기량으로 새로운 강자로 군림할 수 있을까? 그 어느 쪽이라도 승률은 반반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해 여름의 르망24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